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5부 미발표 유고작 부모의 혼인

p5kk1492 2024. 11. 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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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부모의 혼인

 

내 외가의 내력은

소설 "김약국의 딸" 도입

부에

대강 그려져 있지만

도입부 이외는

모두 외가와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딸 다섯과 아들 하나

물정 모르는 할머니를 남

겨 놓고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세

상 떠난 후

너무나도 궁핍하여

출가한 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했다

니까

사뭇 "김약국의 딸들"과

그 내용이 판이하다

한편 친가는 당시

경찰서 자리

그러니깐 경찰서가 들어

서기 이전

지금은 그 경찰서마저 없

어졌으니

실로 강산이 열 번 가까

이 변했을 것인데

여하튼 그 곳에서 술도가

를 했다니까

다소 부유했을 것이며

열네 살의 철부지 신랑과

열여덟의 건강하고 용모

가 반듯한 신부

그러니깐 이 혼인은 정략

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노동력을 얻는다는 정의

는 있었던 것 같다

불행했던 내 어머니를 위

하여

나는 그것을 해명하지 않

으면 안 되겠다

어머니에게 붙어 다니는

말에는

늘 조강지처였고 법으로

만났으며

육례를 갖추었고 기영머

리 마주 풀었다

이 말이 그 시절 혼인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이

었다.

 

감상

그 그시절, 우리 부모세대의 더 윗 세대들의 혼인 풍경을 에세이적 느낌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자신의 삶과 관련한 이야기를 적당히 잘 풀어낸  듯 하다. 일단 분량이 적절하다. 당대의 결혼이란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빌드업이었다. 지금 결혼하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더이상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객체의 삶을 거부하는 몸부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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