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읽은 책 급류 정대건

p5kk1492 2024. 12.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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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류란 소설은 그렇게 어려운 소설은 아니다. 허나 이 소설 속 상황이 나에게 펼쳐진다면, 내가 해솔과 같이 평생을 죄의식으로 청춘을 보냈더라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을 것 같다. 이 책은 진평이란 작은 마을에서 도담의 아버지 창석과 해솔의 어머니 미영이 시선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둘의 죽음으로 인해 주변인물, 특히 도담과 해솔은 성장과정에서 매우 힘든 시절을 보낸다. 그 이야기, 각자의 사연과 서로의 관계가 뒤엉킨 서사를 풀어내는 소설이다.

 

나는 누누이 말하지만 소설맹이다. 아마 소설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읽었다고 말하기 위한 자기방어적 표현이기도 하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그리고 오독하기도 하지만 계속 도전한다. 인문사회 장르와는 다른 느낌의 주제의식을 전달받는 그 기분이 매력적이긴 하다. 특히 내가 그 등장인물들의 서사에 빠져들 때의 몰입감은 확실히 소설을 읽는 맛이 이런거구나 어렴풋이 느낀다.

 

창석과 미영이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사건에 해솔과 도담도 있었다. 그들이 밀애를 즐긴 것인지, 단순히 친한 사이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도담과 해솔의 눈에는 오해를 받을만 했고, 그들의 실수가 결국 창석과 미영을 돌이킬 수 없는 급류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급류는 도담과 해솔의 인생도 집어 삼켰다. 둘은 서로 호감과 애정 사이의 모호함 속에서 결국 찢어지듯이 헤어지고 만다. 해솔은 그 뒤로 죄책감,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그리고 도담이 자신을 미워하고 있을 거 같은 마음으로 청춘을 보낸다.

 

둘은 다시 만나게 하고, 다시 찢어지기도 하는데 다시 인연이 맺어지는 시점은 해솔이 소방관이 된 지점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약사가 되는 길이 열려있던 해솔은, 강물에 빠진 학생을 보고 뛰어들어 구한 일을 겪는다. 그 뒤로 해솔을 소방관이 되어 끊임없이 자신을 불구덩이에 집어 던진다. 사람들을 구하던 창석을 대신에 속죄 하듯, 아니면 자신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사람들을 구하려는 듯 부서지는 삶을 산다. 6년을 그 과정을 함께한 선화, 그 뒤에 다시 찾아온 도담이 해솔을 같이 돌본다. 복 받은 놈.

 

도담과 해솔의 관계, 그리고 찢어진 관계에서 봉합하듯 나타는 선화와 해솔의 관계에서 해솔은 자신의 몸을 부서트려 가면서 속죄한다. 자기자신을 희생제물 삼아 박살내다 보니, 차마 그녀들도 해솔을 미워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6년의 추억을 부섰다는 말을 하던 선화도, 결국 너무 행복하진 말고, 아프지 말라며 떠난다. 도담의 경우에도 해솔에게 너는 너를 용서했냐는 말을 하며, 해솔도 도담에게 창석이 그날 자신을 한번 더 구해줬다는 말을 하며 용서를 다시한번 구한다.

 

이토록 서로간의 죄책감인지 미안함인지, 해솔을 둘러싼 이 상황들이 참으로 보면서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린나이에 받은 충격, 도담도 마찬가지지만, 해솔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은 삶은 산다. 젊고 어린나이에 이토록 괴로운 인생을 속죄하듯 몸과 마음을 불구덩이에 던진 사람 치곤은 어두운 구석이 없다.

 

사실 이 소설에 딱히 입체적인 캐릭터는 없어 보인다. 입체적이기 보다 지난날의 과거, 진평이란 공간에 대해 찾아감으로서 치유받는 길을 찾으려는 결말에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급류에서 꺼내주고 싶은 도담과 해솔, 그들 스스로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 이제 남은 인생은 진평도 가고, 캐나다도 가면 좋겠다.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내 인생도 급류속인데, 소설 속 인물을 응원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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