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와 전화통화를 했다. 손쉽게 연락처를 다시 알 수 있음에도 돌고 돌아 겨우 알게 된 연락처로 그렇게 오래간만에 전화통화로 회포를 풀었다. 사실 그냥 잠깐의 통화, 아니 사실 사내놈들끼리 2시간 안되게 한 통화였다. 그렇게 통화는 마무리 되었고, 그냥 그렇게 끝났다.
산책을 통해서 보통 생각을 정리하지만, 샤워하는 순간에도 가끔 정리된 생각이 나오곤 한다. 보통은 그리운 친구에 대한 생각이라서, 그냥 정리된 생각을 고이 접어두는 편이다. 연락하고 싶어도 이제는 세상에 없는 친구 생각이 자주 나는데, 이번에는 자격지심 때문에 연락하지 못하는 친구가 생각이 난다.
내가 호주로 도망치기 전에, 서울에서의 삶을 그냥 끊어내듯이 정리하고 돌아섰던 때가 벌써 11년 전이다. 사실 12년전인지 11년전인지, 20대 때 년도를 파악하던 떄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긴 하다. 서울살면서 학교생활 적응못하고 있던 내게 어떤 외부 활동이 나에게 좋은 추억을 남겼는데, 그떄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떄 활동하던 친구들은 소위 잘나간다 말해야 하나, 아니 미래가 왠지 잘나갈게 보이는 친구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실제로 소식을 들어보니 결과적으로도 그렇더라. 그나마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는 걔 중에서도 허물없이 다 말했던,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녀석이라서 연락 할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아마 자격지심때문에라도 연락은 안할 것 같다.
이 친구랑 연락하기 전에 좋아하던 동기 형님에게 먼저 연락을 시도하긴 했다. 반가운 반응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연락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냥 너무 멋져보여서, 연락하는게 괜히 민폐인 기분이 들었다. 그때 느꼈던 게 자격지심이었지 싶다. 나는 갑자기 자취를 감춘게 미안하기보다, 내가 이모양으로 사는 모습이 초라해서 아마 연락하지 못하는 거다.
아직도 서울은 나에게는 2013년 그 고시원에 머물러 있나 보다. 그래서 그리웠던건데, 당신들은 이미 2024년의 삶에서 다음을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연락하지 못하게 되서 미안하고, 다시 연락하고 싶은데, 내가 못나서 그러지 못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근데 나만 혼자 신파극 찍고 있다는게 좀 우습기도 하다. 결혼을 못해서 어른이 되지 못했나 보다. 취직을 제대로 못해서 그런가, 아니면 대학을 중퇴해서인가, 아니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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