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일상 끄적이기

하늘이 맑아지는 시기 이기주 언어의 온도

p5kk1492 2025. 2. 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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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락부락 사내지만 배고파서 자신의 식빵을 낚아챈 고양이를 그저 엷은 미소로 대한다. 고양이도 힐끔 뒤로 돌아보고 유유히 떠난다. 저자는 이 모습에서 청명의 절기에 어울리는 장면이라 보았다.나는 사실 절기가 가진 의미도 잘 모른다. 그리고 사내와 고양이간의 묘한 관계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 살면서 괜히 미소가 지어지는 상황을 지나가다 보곤 한다. 내 기억에는 어느 편의점에 노부부가 들어와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잠깐 지켜본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편의점알바를 하던 중이었고, 둘은 별거 없는 편의점에서 마치 좋은 물건을 고르듯 서로 도란도란 조용하지만 대화를 조곤조곤 나눴다. 

 

그들의 대화가 구체적으로 들리진 않았지만, 서로에게 다정한 느낌이 들었다. 워낙 미디어나 실제 환경에서 오래된 부부, 특히 늙은 부부들은 서로간의 정서가 많이 꼬여있다는 편견이 있을 무렵에 겪은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름 결혼에 대한 상상을 하던 청년이었으니 더 좋게 보였다. 그들과 같은 미래가 있는 결혼이라면.

 

지금의 나는 청명의 절기와는 다른 인생이긴 하다. 약간은 먹구름 낀 하늘 아래 홀로 걸어가는 사내다. 그래서 난 항상 우산을 들고 있는다. 비가오면 나에게 우산을 씌워줄 사람은 없다. 내가 씌워줄 수 있다면 모를까. 청명하지 않아도 나름 나쁘지 않다. 청명이란 절기와는 다른 어둑함이 나의 정체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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