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읽은 책 소년이 온다 한강

p5kk1492 2024. 10. 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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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니,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4.3사건을 풀어낸 방식을 이해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 운동이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인선이란 인물을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왔는데, 생각해보니 광주만 해도 벌써 45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소년이 온다를 보고 자각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오늘날에도 자주 언급되다 보니, 이렇게 오래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미쳐 못했다. 심지어 4.3은 광주보면 30년도 더 넘는 과거다. 

 

소년이온다에서의 인물들이 가진 광주에 대한 충격을 역시나 작가의 시적 재능과 산문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사실 내가 소설에 대한 문학적 감수성도 부족한데, 한강의 시적재능까지 완전히 탐미할 만한 감각은 매우 떨어진다. 다만 소설을 읽어 나가다가 시적으로 서사를 전개할때 이탤릭체, 그리고 시의 형식으로 문단이 나타날 때 확연히 다름을 느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가진 강렬함과 한계는 아무래도 역사적 비극을 작화했다는 점이다. 해당 비극을 잘 아는 사람들은 완전히 몰입한다. 만약에 이 사건에 대해 편견 혹은 비극이라 생각하지 않는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인 사람은 아무래도 몰입도 안되고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아마 보지도 않고 비판할 준비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침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받은 한강작가의 작품을 폄하하는 극우 인사가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강작가가 단순히 역사적 비극을 다룬 작품을 썼다고 주목을 받은게 아니다. 그랬다면 노벨문학상을 받기전에 책이 잘 팔리고 잘 읽혔을 것이다. 나도 광주나 4.3이란 소재를 다뤘다고 이 작품을 읽은것은 사실 아니다. 왜 역사건 사건을 어떻게 다뤘길래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을 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 역사적 사건의 비극이란 소재는 최소 독자 혹은 관객은 확보해도 확장성이 줄거나 최악의 경우 읽는 사람만 읽는 읽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전작인 만큼,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역사적으로 조명된 사건도 많아서 확실히 구체적이고 더 깊이감있는 서사가 있다. 88년생인 나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07학번으로 일종의 세례(?)를 받은것처럼, 한강작가도 70년생인 만큼 비슷한 경험을 넘어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으니 애착이 컸다고 한다. 

 

한강작가의 작품은 영상화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채식주의자는 영상화 되긴 했지만, 소년이 온다는 약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낸다면 괜찮긴 하겠지만 그녀의 시적인 재능이 영상화되려면 힘들어 보이긴 하다. 개인적인 욕심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나름 4.3 그 자체에 대해 약간 거리를 두고 인선과 경하란 캐릭터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간적접으로 그려내는 서사가 영화화에는 괜찮아 보인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니 확실히 노벨상의 주요 공신인 두 작품 중에는 이 작품이 더 대중적으로 평과 감동이 더 커보인다. 광주가 가진 역사적 트라우마는 사실 광주시민을 넘어서 그 사건을 알게된 586세대부터 88년생이 나까지도 공유하는 일종의 공유 트라우마다. 이 감정이 워낙 커서 사람들이 감명깊게 읽을 것으로 보인다. 

 

허나 잊혀져가고 뭔가 아직도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비극이 비극으로 전해지지 못하는 4.3사건, 아직은 제주인 혹은 국가적 폭력에 분개하는 일부 시민들에게만 공유되는 이야기를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도 많이 주목받길 바란다. 광주와 함께 제주까지 함께 작품으로 다룬 작가의 역사적 정체성이 대단하면서, 이런 역사적 비극을 자신의 재능으로 독자들에게 이러한 트라우마를 심도있게 전이시키는 부분 놀랍긴 하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오랜만의 역사를 이렇게도 풀어내는 세계가 있음을 알게되어 좋다. 한강이란 세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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