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와 소설을 같이 접해보자란 마음으로 독서중에 골랐던 게 김려령의 우아한 거짓말이었다. 학교에서의 교우관계 갈등으로 자살한 소녀를 다룬 이야기였고, 여러 감정으로 몰입하며 잘 봤었다. 책으로 본 내용을 토대로 영화를 보고 나니 영상화된 소설 속 인물들이 잘 조화롭게 내 머리에 사진으로 박혔다. 김려령 작가의 소설 자체가 시나리오로 만들기 좋게 쉽게 읽히면서도, 주제의식이 선명하다고 해야할까. 물론 중간에 이빠진것처럼 이해못하는 소설맹인 내가 좀 이해력이 딸려서 놓치는 건 개인차일 뿐이니, 믿고보는 김려령작가라 해도 될 듯하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에 이어서 영상화되는 트렁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라 11월 29일에 공개 예정이다. 그전에 미리 읽으려고 리디북스로 구매했더니, 밀리의서재에서 25일날 공개 예정이더라..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과 함께. 다 샀는데, 아무튼 소장의 가치는 있고 누군가 전자책으로 보고 싶다면 내 계정을 빌려서 읽으라고 할만큼 괜찮다.
트렁크는 우아한 거짓말과 다르게 가상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출발하는게 좀 독특하다. 계약 결혼이라고 해야할까. 계약이지만 실제 부부와 같이 섹스를 즐기기도 혹은 섹스리스 생활을 하기도 할정도로 구체적인 부분까지 결혼생활을 한다. 상대방의 동성애를 가리기 위해, 혹은 다양한 배우자를 갈아치우기 위해, 계약 결혼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주인공의 업무다. 업무 치고는 뭔가 계약을 맺고 결혼 생활을 하는 대상들과 연결고리가 깊어진다.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애인 대행, 조건 만남 등의 유사연애와 성매매등과의 차별적 직업임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중간에 등장하는데, 나름의 장치이기도 하고 역설적으로 그런것들과 자꾸 차별점을 두려고 애쓰는 느낌도 든다. 주인공은 관찰자적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건내는데, 보통 해당 계약결혼 직업에 대한 설명은 상무의 대사에서 나온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것은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그저 이 직업전선에 충실한 믿을맨 사원같은 느낌이고 약간은 이 직업에 대해 건조하게 따라간다. 그러면서도 계약 배우자와의 관계는 성실하다. 실제 배우자에 가까운 느낌도 들고.
여기서도 일종의 빌런이 등장하는데, 계약결혼이란 시스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약이 끝난 직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집착하는 대상이 등장한다. 이런 진상들을 처리하는 팀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고객만족팀이라 불리는 진상처리부서가 있는것도 나름의 재미다. 그만큼 누군가의 감정을 계약으로 맺고 끊는게, 위험한 짓이란 것이 결말을 통해 마무리되면서 서사가 모호하게 끝이난다.
소설을 보려고 읽었다기 보다, 이번 김려령 작가의 트렁크가 드라마화 된다는 걸 몇개월 전부터 알고 기다렸다. 예고편에서 서현진과 공유가 서로 계약결혼의 관계인데, 내가보기에 트렁크 원작과 많이 차이가 날거 같기도 하다. 일단은 11월 29일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감상하고 난 뒤에 또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한다. 이 책은 직접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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