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읽은 책, 불안의 끝에서 쇼펜하우어, 절망의 끝에서 니체 강용수 저

p5kk1492 2024. 10. 2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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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와 니체를 원투펀치 삼아서 독자에게 철학적 메시지를 날려 정리된 책으로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했다기 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각각의 철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주제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둘의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철학적 세계관이 특색이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둘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철학자다. 그들의 철학적 견해를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당연 있지만, 쇼펜하우어나 니체 둘다 자신의 사유를 전달하는 힘이 느껴진다. 실제로 주먹으로 날리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들의 통찰을 탁월하고, 또 직설적인 느낌이다. 때로는 논리적이고, 직관적이며 문학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들이 남긴 수많은 아포리즘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고, 이 책에서도 그들의 사유가 여실히 전해진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서평할 생각은 당연 없다. 고독과 우울의 개념을 다룰 때, 둘의 관점을 합이 맞아 보인다. 고독을 긍정하고 잘 대처하는 자세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태도는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에 대한 내용도 독특하게 둘다 부정하고 있지만, 약간 결이 다른느낌이 있다. 결혼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쇼펜하우어와 철학자에게 결혼은 어울리지 않지만 제도 자체는 긍정한다. 허나 둘다 결혼하지 않는다는 자세는 동일하다.

 

그리고 챕터 10에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의 항목에서 쇼펜하우어가 주장했던 주요 철학적 개념이 등장한다. 욕망이 인식보다 먼저 인식한다는 쇼펜하우어, 신은 죽었다는 유명한 구절로 반기독교적인 무신론적 철학을 설파한 니체의 사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4부 나 자신을 바꾸는 법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살아가야할 자세에 대해 두 철학자의 조언이 담겨 있다. 재밌는 점은 운명에 대해 인정하는 태도가 결이 비슷해 보인다. 운명 자체는 우리가 바꿀 수 없고, 마치 주사위가 던져진 상태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할일은 그저 다시 주사위를 던지는 태도 즉 운명에 대해 수긍하고 다만 운명을 딛고 나아갈 뿐이다.

 

나는 신을 믿지 않던 시절에 니체를 만나, 기독교 신자가 되어 다시 니체를 접하고 있다. 신을 죽었다고 말한 니체를 읽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내가 그를 긍정했던 시절과 신을 믿는 지금이 공존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적으고 직관적 아포리즘을 보면서 인간적이면서도 천재적인 그를 보고 즐겁기도 하다. 독서보다 사유를 강조하는 그에게 칼에 찔린 듯한 느낌은 들지만, 그들의 발자취라도 따라가야 사유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거인의 어깨는 커녕 아킬레스라도 더듬어야 사유할 수 있는 장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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