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대 시절에, 대학생이기 때문에 술자리가 많았다. 또래나 선후배가 섞여 마시는 자리가 주로 모임의 대부분이었다. 가끔 상당히 학번이 높은 선배, 조교수, 혹은 교수가 술자리에 호스트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니면 알바자리에서 이제 나이가 10살은 차이나는 점장이나 매니저와의 술자리 등이 해당하겠다. 이때의 술자리와 또래들과 어울리는 술자리의 분위기는 당연 다르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제 내가 그런 입장이 되어감을 새삼 느끼는 자리를 한두번정도 겪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술자리의 연령도 함께 올라갔었다. 그래서 별 체감을 못하고 살다가, 아래위로 5살 정도는 사실 큰 위화감이 없었다가 띠동갑 수준의 차이가 나는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게되면서 현타가 왔다.
그냥 주책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흠... 내가 그친구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현타가 올 수 밖에 없다. 내가 07학번 일 때, 학교에서 가장 오래 남아있던 선배가 99학번이었다. 진성 NL 출신 운동권이라서 그때도 학생운동으로 계속 남아있던 선배였는데, 현역이라 쳐도 8살 차이다. 불편했다. 한번도 술자리를 하지도 않았지만,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싫었을거 같다. 그분이 열려있는 사람이었더라도, 심지어 NL이니까 똥같은 소리를 했을게 뻔해서.
나는 88년생, 80년대 후반생인데 술자리의 멤버는 00년대 출신들. 그들의 눈에 나는 어떤 느낌일까? 성별론으로 가면 안되지만, 여성들의 경우, 나이차가 있어도 일종의 "걸스토크"로 서로 공감대를 빠르게 찾아나가는 정치력이 있다. 근데 남성들은 나이가 일단 차이나면, 서로 선을 지키는 조심스런 정서가 있다. 내가 아무리 권위같은게 존재하지 않는 광대여도, 조심스러워 하는게 보이기도 하고.
계속 나이 많은 아저씨가 괜히 낀 느낌이라고, 농담처럼 술자리에서 말하기도 하고 그랬다. 최대한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노력"을 했던게 더 주책이었나 싶기도 하다. 이 글을 보면서, 참 소심하고 생각이 많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나처럼 젊은 세대와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하게되는 사람은 공감할지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누군가를, 어떤 집단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고 싶어지 않나? 아직도 꼰대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아마 이해못할 서사가 담겨있어서 나갔을 것이다.
결론은, 어린친구들과 노는것은 재밌었지만, 주책이었나 싶기도 하고, 현타가 오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 하면 좋으면서도, 그냥 예의상?인지... 다음 모임에는 같은 80년대 세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주책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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