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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넋
장마 그친 뒤
또랑의 물 흐르는 소리 가늘어지고
달은 소나무 사이에 걸려 있는데
어쩌자고 풀벌레는 저리 울어 쌓는가
저승으로 간 넋들을 불러내노라
쉬지 않고 구슬피 울어 쌓는가
그도 생명을 받았으니 우는 것일 게다
짝을 부르노라 울고
새끼들 안부 묻노라 울고
병들어서 괴로하며 울고
배가 고파서 울고
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때문에 울고
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
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사람아 사람아
제일 큰 은총을 받고도
가장 죄가 많은 사람아
오늘도 어느 골짜기에서
떼죽음 당하는 생명들의 아우성
들려오는 듯 ...
먹을 만큼 먹으면 되는 것을
비축을 좀 한들, 그것쯤이야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지혜로 치자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탐욕
하여
가엾은 넋들은 지상에 넘쳐흐르고
넋들의 통곡이 구천을 메우나니
감상
인간의 넋이란 것에 대한 시로 뭔가 한이 섞인 듯한 뉘앙스와 욕망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살면서 느끼는 한맺힘도 넋에 있겠으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누리는 당연함에 대해 이해하겠다는 생각도 느껴진다. 그럼에도 인간의 욕심은 지나치고 끝없는 탐욕이 많은 넋들이 구천을 헤메일 만큼 지독하다는 생각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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