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하고싶은 일은 하며 산다는 착각

p5kk1492 2024. 9. 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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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시절부터 하고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협적(?) 하고싶음을 추구했다. 뭔가 사회에 반항적으로, 롹스타처럼 저항정신의 하고싶음과는 다르다. 이를테면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역사책을 틈틈히 읽는 취미?가 있다. 물론 디아블로와 리니지를 미친듯이 했던 시간이 하고싶음과 연관되지만, 사실 남는게 없는 행동이니까 빼겠다. 그래도 내가 추구하는 타협적 하고싶음은 미래지향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한 그런 요상한 포지셔닝이 특징이다. 그래서 어쩌면 하고싶다는 착각이란 표현을 해봤다.

 

이러한 착각의 힘으로 난 대학을 서울로 가지 않았나 싶다. 역사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타협한 덕에 골고루 고른 성적을 들고 대학생 신분이 되었다. 아마 내가 대학생활을 제대로 했다면, 내가 하고싶음과 연관된 직업을 업으로 삼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학생활에서 정말 하고싶은 것만 찾다가, 취업준비에 소홀히 했다. 그렇게 대학생활은 중퇴라는 실패한 이력을 들고 호주, 캐나다 도피생활을 택했다. 이것은 회피성 하고싶음이라고 불러야 할까? 결국 하고싶단 핑계다.

 

한국에서 주류에 속할만한 직업 획득에는 실패한 나는, 아마 그 엄청한 패배감과 우울감을 안고 도망친 호주에서 자아를 많이 회복했다. 그때 호주같은 환경이라면 딱히 일과 하고싶음을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새벽에 청소를 하더라도, 일을 마친 뒤의 삶에서 좋아하고 하고싶은 일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운동이나 드라이브, 지인들과 술자리 등이 전부긴 했다.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패턴이고 말이다.

 

해외생활은 그냥 그 삶 자체가 하고싶은 일이었나 보다. 그냥 한국이란 공간에서 벗어남을 달성했다는 해방감에 무엇을 하던 즐거웠다. 그러다가 부득이 돌아왔고, 하고싶은일이 아무것도 없는 나로 살았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왔고, 내가 가진 모든 자존감과 성격적인 장점을 다 잃은 상태로 5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긴 공백기를 보냈다. 이기간동안 나는 그냥 반송장 상태로 일하고, 사람을 대하고, 그럤던거 같다. 그나마 타협하고 회피하고 도망쳐가며 유지했던 하고싶음에 대한 갈망이 절망으로 치환되어서 살아있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게 정말 얼마 안된다. 정말 길게 잡아도 올해 3월, 유튜브 라디오까지 생각하면 5월,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회복한게 7월이다. 그리고 내 패턴상 1년이상 유지한 적없는 활동들을 올해 다달이 걸쳐서 복구했다. 지금 내가 꿈꾸는 하고싶음은 그냥 남몰래 일끝나고 취미처럼 하는 활동이다. 글쓰기, 라디오하기, 운동하기를 몰래하기 그 뿐이다.

 

몰래 하는 이유는 평가받고 싶지 않아서다. 취미마저 커리어인 한국에서 위에 세가지에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평가받는게 사실 두렵다. 평가를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의를 잃고 싶지 않다. 정말 나는 그저 내 흔적을 남기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점도 있어서 이렇게 블로그나 유튜브에 남기는 편이다. 몰래의 범주는 아마 주변 직장동료나 친구들이겠다. 

 

꿈이라면, 내가 지금 이렇게 꾸준하게 글도 쓰고 라디오도 올려서 조금씩 실력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느리게라도, 내 재능이 그래도 남들이 봤을때, 봐줄만 하다 혹은 들어줄만하다 정도가 되면 나만의 책 나만의 팟캐스트 같은 확장적 표현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취미어도, 돈이 안되도, 인정욕구를 채운다면 행복할 것 같다. 물론 돈도 되면 너무 좋지만, 사실 나는 나를 너무 잘안다. 나는 돈이 될만한 짓거리를 못하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이런 잡소리를 블로그에 대책없이 쓰는 재능이 있다. 나름 재능러다. 돈안되는 일만 벌이는 재능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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