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김동식 단편 디지털 고려장

p5kk1492 2024. 11. 4. 00:00
728x90
반응형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 혹은 레이 커즈와일 등이 주장하는 뇌를 데이터화 해서 우리는 영혼불멸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기술적 특이점을 소재로 살린 단편이다. 고려장의 장소가 사상세계일 뿐이다. 다만 늙고 병든 육체 대신 백업된 뇌와 가족들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족들과 살아가는 셈이다. 기술 발전과 고려장이라는 조합을 통해 불쾌한 느낌을 주는 세계관을 연출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해마다 갱신을 해야 고려장 당한 부모들이 가족들의 변화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허나 그 변화를 인지하지는 못하고 업데이트 하지 않아도 가족과 같이 지내고 있음에 행복해 한다는 단서를 덧붙인다. 주인공 남자는 계속 미룬다. 아내도 딸도 갱신을 하자고 권하지만, 끝끝내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까지 거부할까? 딸은 디지털 고려장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아빠를 고려장 보내고 매년 갱신해준다며, 만취해서 나중에 고려장 보내지 말라고 하는 아빠에게 해맑게 답한다. 그런 그는 아버지를 고려장 보낼때 알콜중독인 당신을 비난하며 돌봐줄 수 없다며 강요에 가까운 설득을 했다. 나중에 결말 부분에 드러나지만 한가지 단서를 숨겼다. 자신이 암이라서 더이상 돌봐줄 수 없다며.

 

그가 끝끝내 업데이트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암이 아니란 사실이 업데이트 되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의 아버지가 술을 끊은 부분도 한 몫했을 것이다. 업데이트 되지 않아도 영원히 늙지 않는 짱구처럼, 만약 업데이트가 되면 암에 걸리지 않은 아들을 알게되는 점은 반영이 될테니 짱구가 되는게 나을 것 같다.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뭔가 찝찝한 무엇인가 있었기 때문에 갱신을 안하고 있겠지 싶었을 것이다. 암이란 단서까지 예측한 탐정독자들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나같은 소설맹처럼 고구마먹은듯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