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3부 가을 <바람>

p5kk1492 2024. 10. 1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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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바람

 

흐르다 멈춘 뭉게구름

올려다보는 어느 강가의 

갈대밭

작은 배 한 척 매어 있고

명상하는 백로

그림같이 오로지 고요하

 

어디서일까 그것은 어디

서일까

홀연히 불어오는 바람

낱낱이 몸짓하기 시작한

차디찬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뚫고 지나가는 찬바람은

존재함을 일깨워 주고

존재의 고적함을 통고한

 

아아 

어느 시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3부 가을은 좀더 시적인 감상을 불러오는 내용이 있어 보인다. 1부와 2부는 대체로 에세이에 가까운 시로 느껴졌다. 바람을 통해서 우리자신의 존재함과 처지를 느끼면서, 바람의 시작됨이 어디인지에 대해 묻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사실 시에 대한 감상을 하는법을 모르겠다. 감사하기 보다 분석하는 법, 외우는 법만 아는 학창시절의 시 학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언제면 시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될지, 시를 감상하는 법도 다시 배워야 할까, 아니면 그저 마음가는대로 느끼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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