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짧은 감상,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p5kk1492 2024. 8.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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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비 소설 장르의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서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다만 사피엔스를 통해 오랜만에 인류의 역사를 스윽 훑은 느낌이다. 그냥 통사를 봤다기 보다는 유발 하라리의 돋보기로 인간,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의 주인공이자 신의 자리까지 넘보는 종이 된 역사를 보았다.

 

사피엔스의 매력은 유발 하라리의 시선에서 역사를 그렸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는 의외로 최신 스마트폰 같은 학문이다. 역사 자체는 변하지 않은 사실을 다루기에 올드한 느낌이 있지만, 뛰어난 역사가가 자신의 돋보기로 역사를 논하기 시작하면 일종의 강렬한 메시지, 주제의식을 갖춘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된다. 유발하라리가 한때 주목받던 부분이 바로 그만의 매력적인 관점 덕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아마 유명하겠지만 말이다.

 

사피엔스의 주제의식은 결국 최약체나 마찬가지였던 사피엔스라는 종족이 지구상의 먹이사슬 최상위에 올랐는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거기에는 가상의 실재를 실제화 시키는데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상의 실재는 일종의 이야기, 뒷담화등에서 출발한 스토리텔링이다. 이야기의 힘이 무리를 형성하는 규모를 키웠다. 단순한 이야기에서 신화, 종교, 법률, 과학 등 현실의 실재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피엔스는 단순히 최약체가 무리를 키우는 과정에서, 문명과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지적 설계의 위치에 이르렀다.

 

후기로 신이 된 동물을 발췌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한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친구라고는 물리법칙밖에 없는 상태로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 이외에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후기에서 유발 하라리, 저자가 사피엔스의 발전에 경고를 던지고 있다. 원래 약자가 강자의 자리에 올랐을 때, 물론 사피엔스가 최약체였던 시절은 워낙 예전이지만, 우리의 진화심리학적인 모듈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과식하기도 한다. 단순한 식탐 조절 문제에서, 분노 조절장애 등 우리는 개인의 욕망조절 문제가 집단 혹은 인류 전체의 파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게 논리적 비약일까? 

 

사피엔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위해 때론 타자를 도륙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제국의 영토확이나 종교전쟁, 세계대전과 오늘의 테러리즘등이 그 근거다. 물론 유발하라리는 신의 위치까지 발전하고 있는 사피엔스의 방향성에 대한 주의 정도이지만, 나는 사피엔스의 무서움은 그들이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진화심리학적 모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오랜시간 위협속에 살았기에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순간에 최대한 해소하려는 동물적 본능을 지녔다. 이 동물적 본능이 사회화로 절제되면 다행이나, 오히려 동물행동학적인 요인이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로 진화한다면 무서워진다.

 

유발하라리가 제시하는 신선한 역사돋보기를 통해 오랜만에 재밌게 역사를 읽었다. 대학 전공이 역사관련이지만, 중퇴한 이후로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잃긴 했다. 쫌생이같은 이유로 역사를 멀리하던 중에, 사피엔스같은 책은 정말 반갑다. 앞으로도 철학이나 역사 관련에서 좀더 신선한 책을 찾게 되면 이야기를 길게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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