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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밤
밤이 깊은데 잠이 안 올때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방 수술 후
뜨개질은 접어 버렸고
옷 짓는 일도 이제는
눈이 어두워
재봉틀 덮개를 씌운 지가 오래다
따라서 내가 입은 의복은
신선도를 잃게 되었는데
십 년, 십오 년 전에 지어 입은 옷들이라
하기는 의복 속에 들어갈 육신인들
아니 낡았다 어찌 말하리
책도 확대경 없이는 못 읽고
이렇게 되고 보니
내 육신 속의 능동성은
외친다 자꾸 외친다
일을 달라고
세상의 게으름뱅이들
놀고먹는 족속들
생각하라
육신은 녹슬고 마음이 녹슬고
폐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밤은 깊어 가고
밤소리가 귀에 쟁쟁 울린다
ㄴ 저자의 창작의 재능, 일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는 여전하지만 체력과 신체적인 노화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논한 내용이다. 일할 수 있을 때 일을 하고 재능을 발휘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내가 딱히 재능은 없지만 취미를 할 수 있을 때 글도 쓰고 말도 하고 노래나 운동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끈기를 키워나가고자 한다. 나도 조금씩 몸이 고장나고 있음을 벌써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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