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박경리, 1부 옛날의 그 집 <밤>

p5kk1492 2024. 10. 4.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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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밤이 깊은데 잠이 안 올때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했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방 수술 후

뜨개질은 접어 버렸고

옷 짓는 일도 이제는

눈이 어두워

재봉틀 덮개를 씌운 지가 오래다

따라서 내가 입은 의복은

신선도를 잃게 되었는데

십 년, 십오 년 전에 지어 입은 옷들이라

하기는 의복 속에 들어갈 육신인들

아니 낡았다 어찌 말하리

책도 확대경 없이는 못 읽고

이렇게 되고 보니

내 육신 속의 능동성은 

외친다 자꾸 외친다

일을 달라고

세상의 게으름뱅이들

놀고먹는 족속들

생각하라

육신은 녹슬고 마음이 녹슬고

폐물이 되어 간다는 것을

생명은 오로지 능동성의 활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일은 보배다

 

밤은 깊어 가고

밤소리가 귀에 쟁쟁 울린다

 

ㄴ 저자의 창작의 재능, 일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는 여전하지만 체력과 신체적인 노화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논한 내용이다. 일할 수 있을 때 일을 하고 재능을 발휘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내가 딱히 재능은 없지만 취미를 할 수 있을 때 글도 쓰고 말도 하고 노래나 운동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끈기를 키워나가고자 한다. 나도 조금씩 몸이 고장나고 있음을 벌써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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