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2013년, 내가 호주로 도피를 했던 직전의 해다. 아무튼, 영화 베를린은 그 전에도 두어번 다시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해서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로 또 보는 영화는 내부자들, 신세계, 아저씨 등 서사도 나름 적당히 개연성 있지만 오락적 성향이 짙은 영화들이다.
베를린의 내용은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첩보, 액션 그리고 약간의 서정성? 이 섞인 시나리오다. 여러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력, 그에 걸맞는 시나리오가 어긋나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룬다. 오락영화로서는 좋다. 내가 예술영화까지 섭렵하는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서사면 충분히 몰입감있게 잘 봤다. 주인공이 위험을 무릎쓰는 이유를 설명할때는 약간의 서정성을 부여해주면 된다. 하정우가 아내인 전지현을 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과 한석규가 죽음을 각오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무모함에 대해 논할때 등.
이번에 다시 보니, 본시리즈가 떠올랐다. 사실 본시리즈의 등장으로 액션씬의 리얼리티에 혁신이 일어났다. 현실적인 액션과 주변 사물이 흉기가 되고, 카메라 앵글도 좀더 실전격투와 총기가 어우러지 연출로 액션이 진화했다. 물론 그 뒤에 존윅은 총탄이 발사되는 횟수를 계산하면서 탄창이 교환이되고, 즉살형태의 격투가 벌어지는 스타일리쉬한 무쌍이 하나의 혁신이 이뤄졌지만 말이다. 그래도 본시리즈는 리얼리티 액션의 바이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베를린을 보면서 딴영화를 길게도 말한다.
시나리오같은 경우 한국사람들이 좋아할법하고, 믿을법한 내용들도 구성되어 있다. 북한 내부권력의 변화와 베를린 공관 의 세력교체 그리고 누명을 씌워 숙청하는 방식등이 설득력있다. 그리고 한국의 정보요원들 간의 알력싸움이나 자리욕심 등은 한국사회에서 정서도 잘 보여주고 말이다. 그 외의 외국 정보국이나 무장단체들의 경우는 빌런으로서 평면적인 느낌은 있다. 남과 북의 서사와 주변부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으니 적절한 이야기의 흐름이 아니었나 싶다.
표종성과 제이슨본은 둘다 차가운 인간병기의 느낌이면서 동시에 순애보적인 정서도 공유하는 듯 하다. 제이슨본과 대비되는 제임스본드의 여성편력도 본시리즈를 보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하정우가 맡은 표종성이 아내 련정희를 지키려는 모습은 의심과 누명을 벗기려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나를 입체적으로 변모한다. 동정호와 동명수의 계략임을 알고 그뒤로는 아내를 지키는 사내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표종성만 보면 북한남자는 순정마초로 보이겠다.
한석규의 역할을 두고 과거 쉬리의 주인공이 세월이 지난 모습이라고 말한 해석도 기억이 났다. 뭔가 베테랑과 만년과정같은 현장직 요원의 느낌으로, 매사 최선을 다하지만 항상 뒤쳐져서 분노하는 모습이 공감되었다. 쉬리에서도 연인이었던 스파이 여주인공을 스스로 사살하면서, 그때도 자신이 뒤늦게 알게되어 소중한 사람과 임무를 실패했던 요원이 된 그였다. 쉬리의 한석규와 베를린의 한석규를 연장선으로 두고 보면 나름 재미요소다. 한석규의 연기력에는 일관되지만 식상하지 않은 내공이 그의 매력이다.
메인 빌런 류승법의 동명수도 일관되게 악인으로서, 잘 연기했다고 본다. 역시 어떤 역할도 양아치같은 모습은 참 대단하다. 검사를 해도, 보험설계사를 맡아도, 동내 양아치스러움으로 배역을 소화하는 그가 북한의 고위직 자제양아치로 빌런이 되었다. 강력하지만 표종성에게는 한수 접는 그의 최후도 나름 오락영화 결말로 좋았다.
상업영화로 거의 모든 영화를 흥행시키는 류승범, 장르도 다양하고 그만의 오락적 요소를 영화마다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밀수도 재밌었고, 베테랑2는 조금은 아쉬웠긴 해도 나름 볼만했다. 다음에도 베를린과 같은 영화를 또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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