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성당따라 해안따라 with 자전거 part7 Finale, 여행의 교훈..

p5kk1492 2025. 1. 2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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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최종장, 1박2일 여행간걸로 사골육수는 충분히 끓인 것으로 보인다. 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제주시로 돌아가는 순간이 최고로 힘든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체력적으로 다 바닥이 난 상태였다. 기어를 경사에 맞춰 바꿔도 엔진인 내 하체가 받쳐주지 못하니 시간은 지체되었다. 그리고 어찌하여 제주시내로 들어오면서, 점점 자동차처럼 지체현상이 일었다. 그래서 중간에 자전거렌탈 사장님께 늦을 거 같다 고백했다. 그렇게 고해하니, 천천히 와도 되니 안전하게 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맘이 놓였다. 그래서 약속 시간보다 한시간이 더 걸리고 말았다. 2일 빌린 사람, 아침 7시에 빌려서 2일차 영업종료 오후 8시에 간신히 제자리레 놓은 인간, 그게 나 탐라 김첨지다.

 

이번 여행은 참 인생의 축약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먼저 여행부정론자로 주변에 뿌리고 다닌 입장도 그렇고, 참 첫 여행을 다이나믹하게 보낸 것도 다 내 업보다. 일단 처음 스스로 계획한 여행, 혼자하고 자전거여행이다 보니 거리조절에 완벽히 실패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제보하자면, 1박을 할 경우에는 표선까지 갈 계획이었다. 다음은 로드 투 성산, 그리고 비하인드 루트 표선에 대한 카카오맵 주행거리 및 예상 시간 자료다.

 

 

3시간 40분 정도면 당일로 갔다와도 되겠네? 이런 미친생각을 했던 내가 참으로 부끄럽다. 읽는 분에게는 양해를 구한다. 내가 얼마나 여행에 무지한 인간인지를 감안하고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감안하더라도, 글쓴이는 미친놈이 맞다.

 

 

 

성산까지 가는 길이 순탄했다면, 아마 표선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미친 무리수를 뒀을테다. 허나 첫날 성산포에 도착했을 때, 사실상 그로기 상태였기 때문에 이 내란적 여행은 성산에서 회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비자림은 솔직히 후회를 많이 했다. 아마 자전거여행 중 가장 많은 쌍욕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허공에 퍼붓던 모먼트이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 보면 생각보다는 화를 덜냈던 것 같다. 일단, 내가 선택한 여행의 순간들이라 덜 화났다. 그리고 나 혼자하는 짓거리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만약에 친구 내지 여자라도 있었다면, 그 사람이 간디 내지 마더테레사였어도 탐라 김첨지인 나와는 손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자전거 여행 1박 2일을 통해 인생의 축약본을 본 기분이었다. 새벽에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부리나케 제주시로 돌아가던 중간 어딘가에서 자전거를 몰며 일몰까지 봤다. 중간에 자전거로 생쇼를 하면서도, 음악은 역시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란 밈을 생각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는건 죄악이야 혼자 자조하기도 하고. 정말 자전거여행은 남에게 권할 수 없는 여행으로 내 머리에 박혔다. 거지트레블러라면, 돈모아서 해외 가거나 집에서 쉬자.

 

성당따라 해안따라 with 자전거, 해당 플랜 이전에 한라산 정산 등반이 있었다. 사실 이 1박2일 전에 이미 Before 백록, 3천칼로리를 태우고 시작한 셈이다. 등산, 자전거, 자전거...그렇게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최소 5천칼로리를 3일에 태웠다. 물론 사람의 체중, 대사량, 실제 운동에 대한 심박수 변동까지 고려하면 불확실한 데이터다. 그래도 개고생의 증거라고 본다. 저렇게 고생해도, 자기가 선택한 길에 대해서는 그래도 덜 빡친다는 점이 교훈이다. 나는 이 생각이 확고해졌다. 아무리 내가 인생의 밑바닥을 테이스팅해도, 내가 선택해야 덜 불행하겠구나란 교훈 말이다.

 

인생의 쓴맛, 짠맛, 똥맛을 보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면, 그냥 내가 찍어먹어 본다. 그러다 가끔 단맛 걸리면 족한다. 그게 탐라 김첨지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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