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은 수 있는 일본식의 힐링 소설이었다. 글을 보면서도 왠지 일본 특유의 치유 서사가 보였다. 일본 영화 속에 무언가 알수 없는 캐릭터, 그 속의 아픔이 가려진 인물들과 현실에서 약간은 도망친 주인공이 치유 받는 이야기가 줄거리의 요약이다. 줄거리가 클리셰 적이라고 할지라도, 나름 좋았다. 물론 소설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아서 주인공인 아카네 중심으로 흐름을 따라가서 감상평이 단순하다는 점은 양해를 구한다.
그래도 아카네가 삶에 고단함에서 벗어나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에서 일하는 모습에 몰입되었다. 부동산 회사에서 사표를 내고 찾아간 코인 세탁소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일본의 정서일까, 우리 입장에서 정규직 일자리에서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업을 택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아마 한국 소설은 일을 그만두고 아예 여행 혹은 봉사 이런 서사를 그리지 않았을지. 일본은 정규직과 아르바이트의 느낌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정규 레일과 약간 자유와 방황의 이탈경로 같은.
나는 살아오면서 이탈 경로의 일자리로 삶을 채웠다. 처음에는 Temporary, 잠시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위해 인생 체험이란 생각을 하며 최저임금 노동을 시작했다. 그 뒤에는 경험과 재미가 큰 호주의 최저임금 노동을 겪었고, 많은 실패와 함께 이젠 최저임금 노동에 천착하며 산다. 아르바이트도 최저시급을 받기 때문에 내가 처한 노동여건과 큰 차이가 없다. 내 이야기는 소설이 될 수 없다.
아카네는 코인 세탁소에 일하면서 주인인 마나씨 와 손님으로 찾아오는 인물들과 마주한다. 아마 부동산 회사의 손님과는 달리 각자의 서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면서 많은 경험을 한다. 코인 세탁소도 뭐 목적은 세탁이지만, 아마 부동산을 알아보려 점잖떠는 손님과는 달랐을 것이다. 뭔가 날것이 드러나는 인물들, 처음에는 당황하고 조금은 속상하는 아카네였지만, 마나씨와 같이 점차 성숙하는 모습을 책을 읽으며 보았다. 아마 아카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독자들 대부분 주목하는 지점이지 않았을까.
그녀의 삶에 부모님과 애완견 네네, 그리고 미쓰루 등이 있다. 물론 마나씨가 치유의 촉매이기도 하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상처받았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피지컬 답게 맹하고 둔한 구석이 있다. 남들은 다 알지만 그녀는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만 모를 뿐이지, 그래서 그런 그녀를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그렇게 그녀에게 가진 회복 탄력성과 주변의 관계맺음이 그려내는 조화가 이 소설을 미소지으며 읽게 만든 힘이다.
아카네를 보며 나도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단 생각도 들고 말이다. 마음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끼면서, 나도 궁극적으로 치유받고 싶은 인간임을 다시한번 상기했다. 도망치는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낙원을 바라고 도망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숨이라도 쉬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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