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흔적

약사의 아내, 안톤 체호프

p5kk1492 2024. 8.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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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편은 뭔가 심플한 줄거리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건 내 불평이지만, 러시아 소설답게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소설읽기 힘들다. 일단 내가 고른 안톤 체호프 단편집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호불호 없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주인공은 약사의 아내로, 번듯한 직업인 약사 남편을 두고 왠지 모를 답답함과 우울감에 사로잡힌채 잠못들고 있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남편은 코골며 자고, 밖을 내다본 아내는 왠 장교 남정내 둘을 본다. 이 두놈팽이는 약사남편을 흉보며, 아내에 대해 왠지모를 음흉한 감정을 드러낸다. 약사라는 직업 자체는 건들지 못하고 괜히 약사의 못난 외모를 흉보며, 약사 아내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장교 놈팽이 두 친구는 혹시나 약사아내를 볼 수 있을까 싶어 약국에 방문한다. 그렇게 코골고 자는 남편을 대신해 손님을 맞이한 아내는 간만에 남정네들의 희롱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동안 느끼던 답답한과 우울함이 약간의 흥분과 희롱에 응하면서 즐거워 하는 감정에 취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다시 찾아온 장교의 벨소리에 남편이 깬다.

 

그렇게 남편은 장교를 만났으나, 장교는 약사 아내가 내려오지 않음에 내심 실망한다. 약사에게 산 물건은 길바닥에 버리며 돌아가는 모습을, 약사의 아내는 보게된다. 그렇게 남편은 눈치도 없이 다시 잠이나 자려고 옷을 갈아입고, 아까 물건을 팔고 받은 돈을 챙겨야 한다는 말과 함꼐 잠이들며 끝이 난다.

 

눈치없이 아내의 감정을 모르는 약사는 딱히 잘못이 있을까. 그렇다고 약사와 결혼한 뒤 왠지모를 답답함과 우울함에 사로잡혔다가 남정네의 희롱에 살아있음을 느꼈던 아내에게 잘못이라 하기도 그렇다. 젊은 혈기에 약사에게 질투하며 아름다운 약사 아내를 희롱하던 두 놈팽이도 뭐 젊은 청년들이 보여줄만한 수준이다. 

 

이번 단편은 왠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볼 수 있는 인간 군상들을 보여주는 듯 해서 흥미롭다. 고전의 매력은 시대적 배경을 넘어서는 주제의식이 현대에서도 관통한다는 점이다. 단편의 제목이 약사의 아내의 시점을 보면, 결혼한 여성이 가진 공허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분명 남편의 외적인 조건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보고 결혼했을 그녀는 삶이 지루하고 답답하다. 그런 그녀에게 순간적인 즐거움을 준 것은 한밤중에 찾아온 젊은 남성, 그들이 활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그들이 가고 남편은 일어나 현실을 보여주자 아내는 다시 답답하고 괴롭다. 그렇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삶을 생각한다.

 

오늘날 결혼은 사랑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건이 맞아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결혼은 현실이기에 내가 사랑하던 타입과는 다른 캐릭터의 상대와 가약을 맺기도 한다. 그러한 선택에 대해 옳고그름을 논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의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면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그리고 요즘은 결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단편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좋은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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