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떄문에 울고
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
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까치설
섣달그믐날, 어제도 그러했지만
오늘 정월 초하루 아침에도
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다
푸짐한 설음식 냄새 따라
아랫마을로 출타 중인가
차례를 지내다가 고사를 하고 나면
터줏대감인지 거릿귀신인지
여하튼 그들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채판에 담아서
마당이나 담장 위에 내놓던
풍습을 보며 나는 자랐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음식 내놓을 마당도 없는 아파트 천지
문이란 문은 굳게 닫아 놨고
어디서 뭘 얻어먹겠다고
까치설이 아직 있기나 한가
산야와 논두렁 밭두렁 거리마다
빈 병 쇠붙이 하나 종이 한 조각
찾아볼 수 없었고
어쩌다가 곡식 한 알갱이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새들의 차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목이 메이거 척박했던 시절
그래도 나누어 먹고 살았는데
음식이 썩어 나고
음식 쓰레기가 연간 수천 억이라지만
비닐에 꽁꽁 싸이고 또 땅에 묻히고
배고픈 새들 짐승들
그림의 떡, 그림의 떡이라
아아 풍요로움의 비정함이여
정월 초하루
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
감상
까치에게도 정을 베풀던 옛시절, 음식물이 쓰레기가 될만큼 넘쳐도 이제는 인색한 요즘이 대비되는 구절이 보인다. 까치를 예로 들지만, 어쩌면 이웃간의 정을 나누던 가난하지만 추억이된 시간을 떠올리는 듯 하다. 요즘은 풍요로운 사람들이 더 베풀려고 해도, 받는 사람의 태도도 좋지 못하다. 예전과 같은 이웃끼리 나누는 공동체적 정은 사라졌고, 시스템으로 복지를 하는 방식이 되었다.
분명 복지는 좋아졌지만, 온정적인 나눔의 정은 느끼기 어렵다. 주는 사람도 혹시나 오해할까, 받는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보고 하대할까 등 서로 교류하는 인간적 관계가 결여된다. 그래서 나눔, 정은 사라지고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만이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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