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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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125

읽은 책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장편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책을 읽은 적이 없어서 이번에 에세이인줄 안 유고시집을 읽게 되었다. 책 제목이 에세이 같고, 장르도 에세이-시 라고 되있었다. 목차도 요즘은 에세이도 시의 제목처럼 되있는 경우도 있기에 잘 몰랐다. 본의 아니게 시 읽어보기 챌린지를 하게 되었다. 이참에 시를 적고 감상을 남기는 글쓰기도 하고 좋았다. 시집이었으나, 되려 작가의 삶이 담긴 에세이 느낌의 시들이 많았다. 내가 생각한 길이의 시가 아닌 경우도 많아서 옮겨 적다가 생략한 경우도 있었다. 박경리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에세이스러운 시도 많아서 나름 감상하긴 좋았지만, 이럴거면 감상평만 적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3부는 전체적으로 시답다는 느낌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내가 소설맹인데, 시는 아..

121 가능하면 의사 없이 산다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나에게는 병자가 의사에게 치료를 받을 때가 혼자서 자기의 건강에 신경을 쓸 때보다 경솔한 것처럼 보인다. 전자의 경우 지시 받은 것만 엄밀하게 따르면 충분하다. 후자의 경우 우리는 지시가 목표로 하는 것, 즉 우리의 건강을 의사로부터 권유받아서 하는 것보다 더 양심적으로 주목하고, 훨씬 많은 것을 자신에게 명령하고 금지한다. 생각의사의 지시보다 자신이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사에 대한 불신인지, 아니면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 더 건강에 대해 주도적으로 생각하도 행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정도 의사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할 텐데 말이다. 해석니체는 평생을 질병의 고통 속에서 살다가 간 철학자다.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

이주민 봉사 4주차, 언제나 돌발 상황은 찾아온다

11월 3일 일요일, 오늘도 어울리지 않는 봉사활동을 위해 센터를 찾아가며 하루를 열였다. 오전에는 중졸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친구를 가르치는 시간인데, 사회파트만 해주고 있다. 예전에도 중학교 사회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알바를 할 때, 역사만 좋아했던 나에게 다른 파트는 조금 부담이었다. 사회라서 그나마 덜 부담이 되긴 해도, 제일 못했던 지리를 가르치는 중이라 나름 준비를 했었다. 저번 시간에 가족캠프 간 줄 모르고 한주 건너 뛰고, 나름 예습을 해온 그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해 나갔다. 나름 수업 중간중간 헛소리를 아재의 드립을 받아주는 친구를 보면서, 한국어 실력이 대단하구나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적응하고 타국의 언어와 교육시스템에 적응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어른..

박경리, 5부 미발표 유고작 제목미상 3편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가제 죽어가는 연어를 생각하며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이여한가롭다진흙창에 발 묻고풍요를 노래하는 시인이여어리석다행복을 노래하는 시인이여알을 까고죽어가는 연어를 생각하라한가롭지도 않고풍요롭지도 않고더더구나 행복하지도 않은진실을 응시하는 시인이야말로아름답고 풍요로우며 행복한 사람이다 감상시인이 아름다움이나 풍요를 노래하는 것보다, 비루하고 괴로우며 불행한 삶을 시적 언어로 남기는 시인이 되려 진실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풍요로움에서 나오는 것과 비루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불행에서도 꽃피기도 한다. 후자에서 나오는 예술이 아무래도 우리네 삶에 더 울림이 크다. 가제 그만두자 그만두자욕망으로 부풀어진 얼굴배은망덕의 남루한 몰골냉기 등골을 지나..

김동식 단편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볼만한 단편이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배경인 세상, 안전한 벽을 향해 소년과 소녀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이에 다다른다. 철저히 가지생존에 입각한 소년과 어머니의 희생을 가슴에 안고 찾아온 소녀, 둘중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벽 너머의 지도층 이 세가지 시점에서 서사를 바라볼 수 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소녀의 몰입이 되어 소년이 이기적인 태도에 반감을 갖게 되고, 초코바를 베푼 소녀의 온정보다 초코바 껍데기를 함부러 버린 태도를 비판하며 소년을 벽너머로 받아들이는 지도층의 어의없는 가치판단으로 감상을 끝낼 수 있다. 비틀어서 보면, 소녀의 관점과 소년의 태도, 그리고 지도자들의 어이없는 결정과정에 담겨있는 그들만의 서사를 상상해볼 수 있다. 단편을 보고 나의 생각을 곱씹자면, 살다보..

120 날씨에 대해서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날씨가 매우 이상하고 예측할 수 없으면, 인간도 서로 신뢰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인간은 개혁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전제군주는 날씨가 도덕적인 모든 지방을 좋아한다. 생각날씨가 도덕적인 것은 예측가능한 상황을 은유하는 것인지, 날씨의 불확실성과 인간은 구태에 대한 변화를 원함을 연결짓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의 권력을 가진자들은 확실성, 즉 노예도덕이 충실한 상태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 도덕적인 날씨라는 표현을 한다. 해석보고 다시 내 생각해석이 딱히 와닿지가 않아 생략한다. 전제 군주가 날씨의 예측가능성을 선호하는 점을 결국 책임과 통제 가능함에 있다. 농경사회에서 오는 기원이라 볼 수 있다. 흉작에 대한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는데, 날씨를 관장..

2024-11-04 오늘의 구절

Verse of the dayFinally, brothers and sisters, whatever is true, whatever is right, whatever is pure, whatever is lovely, whatever is admirable-if anything is excellent or praiseworthy-think about such things.Philippians 4:8 NIV 우리가 긍정하는 가치들을 나열하면서 이에 대해 마음에 담아두라는 구절이다. think about such things, 이러한 가치들에 대해 항상 마음에 담아두는 것은 사실 이 가치들이 종교적 혹은 비종교적으로 공통적으로 긍정할 만한 가치다. 물론 해당 구절 이전에 내용을 덧붙이면 결국은 지극히 종교적..

일상 끄적이기 2024.11.04

김동식 단편 디지털 고려장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 혹은 레이 커즈와일 등이 주장하는 뇌를 데이터화 해서 우리는 영혼불멸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기술적 특이점을 소재로 살린 단편이다. 고려장의 장소가 사상세계일 뿐이다. 다만 늙고 병든 육체 대신 백업된 뇌와 가족들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족들과 살아가는 셈이다. 기술 발전과 고려장이라는 조합을 통해 불쾌한 느낌을 주는 세계관을 연출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해마다 갱신을 해야 고려장 당한 부모들이 가족들의 변화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허나 그 변화를 인지하지는 못하고 업데이트 하지 않아도 가족과 같이 지내고 있음에 행복해 한다는 단서를 덧붙인다. 주인공 남자는 계속 미룬다. 아내도 딸도 갱신을 하자고 권하지만, 끝끝내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까지 거부할까? 딸은 디지털 고려..

박경리, 5부 미발표 유고작 생명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생명 여행길에괴목 판자 하나 구했다책상으로나 사치 좀 해보려고붉은 벽돌 몇 장 괴 놓고표면 고르느라밤낮 없이 솔았다시간을 솔듯그렇게 밤낮 없이 괴목은 수지를 뿜어내며괴로워하는 것 같았다반듯하게 하는 것이 힘들구나너도 나도 힘들구나마음속으로늘어놓는데 인간의 변명아니고 뭣이랴 언제였던지단풍나무 가지 쳐 놓고다음 날 나가 보았더니수지가 피처럼 흘러 있어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언제였던지이른 봄해당화 줄기따라혈맥 같은 것 붉게 치솟는 것 보고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또 언제였던지분에 심은채송화 꽃잎 벌어질 때전율같이몸 떠는 것 보고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생명은 무엇이며아아 생명은 무엇이며사는 것은 어떤 걸까 서로가 서로의 살을 깎고서로가 서로의 뼈를 깎고살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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