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끄적이기

광대의 날

p5kk1492 2024. 8.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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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 of the Clown

 

어제 회식이 있던날, 오랜만에 재밌게 놀았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자연스럽게 웃고 웃기는 패턴이 제대로 회복이 되었다고 느낀 날이어서 나름 광대의 귀환이라고 재밌게 부제를 달았다. 나는 C급 광대다. 일단 사람들이 삶에 찌들어서 낙엽떨어지는 모습에도 웃을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나는 광대가 될 수 있다. 그마저도 오랜시간 그러지 못했기에 참 아쉬운 삶이었다.

 

뭐 예전 글에서도 자주 얘기 했지만, 10대와 20대 시절을 웃음이 헤픈 친구들 사이에서 광대짓을 하며 살았다. 솔직히 개그맨 수준의 텐션을 가진 진짜배기 A급들을 만난 대학시절까지는 나름 내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했다. 뭐 어느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광대가 되고 그냥 조용한 사람이 되는 C급짜리 광대지만, 20대 중반 즈음에 겪은 괴로운 사건, 30을 앞둔 상황에서 겪은  일로 인해 광대는 커녕 말하는 방법을 잊는 병신으로 살았었다.

 

그때는 진짜 반 시체상태로 살았다. 유튜브시청 아니면 12시간 이상의 잠자기가 삶의 낙이었다. 그냥 눈뜨고 있는 것 자체가 의미도 없었고, 차라리 악있게 수면시간으로 내 삶을 채워나가고자 억지로 잤다. 이제는 죽을 수 없으니, 죽은 삶을  살자는 마음으로 한 5년 가까이 보낸 듯 하다. 17년도부터 22년까지, 중간에 조금씩 회복기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말하는 방법은 돌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를 재밌게 해줄 수 있을 기회는 커녕, 대화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작년은 기억이 안나지만, 친구들이 나에게 조금씩 회복된다고 말해준 기억이 난다. 부랄친구놈들은 이제 내 개그패턴에 익숙해서 내 농담에 인색하다. 그래도 나름 이제 예전 모습이 조금은 보인다며 응원하는 덕담이, 어쩌면 모임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올해들어서 좀더 좋은 말이 오갔다. 이제 보기좋다는 말도 나오고, 돌아왔구나 하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참, 그래 이제 친한 친구들이랑은 예전처럼, 아니 어느정도는 모임에 참여했을 때 즐겁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일하는 동료들과 사석에서 만나는 기회가 생겼을 때, 재밌고 그리고 좋게 봐주는 상황들이 참 좋았다. 그러다가 내성적이고 조용한 나에게도 다른 모습이 있다며 농담을 하는 동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제는 아마 내가 볼때, 제일 재밌었던 모임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광대짓은 거의 다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제3자가 보면 그냥 소소한 모임자리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광대의 부활이나 마찬가지였다. C급, 아니 한 D급 수준의 광대라고 쳐도 누군가를 웃겨주거나 재밌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고 Gift다.

 

일에 치어살면서 웃을일 없는 동료들에게 나름 광대로서 좋은 추억 하나쯤 만들어줬으면 다행이지 싶다. 동료들의 웃음에 진심이 담겨있었기를 기원하면서, 여기서 탄력받아서 20대의 광대시절처럼 누군가를 또 웃길 수 있을 만한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광대가 돌아왔고, 떠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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