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종교를 믿기 시작했을까? 죽어서 천국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사실 종교를 혐오하게 만드는 수사다. 내가 비종교인 시절, 명동에서 깃발을 꽂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진짜 종교인이라 볼지 의심이 될 지경이다. 오히려 반기독교 전도사가 그들이다. 일단 지옥가기가 무서워도 종교를 믿어서 천국을 가는 보상을 바라고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차피 지옥갈놈은 간다. 나도 그 중 하나고.
그러면 종교를 가져서 생기는 도덕적은 선함을 바란 것일까? 사실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자의 주장에 따르면, 비종교인이 종교인보다 도덕적이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믿음을 가졌다는 것을 방패 삼아 비도덕적 행동에도 구원받으리라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도덕관념을 스스로 정립한 사람들이 종교를 믿고 도덕적 행동을 하는 사람보다 더욱 옳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이말에는 어느정도는 수긍하다. 종교를 갖고 있어서 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과 스스로 도덕적 행동을 하기로 가치관을 정립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래서 선함을 추구하기 위해 종교를 추구한 것은 아니다.
천국가고 싶다고, 착하게 살고 싶다고 해서 종교를 가진 것은 아니다. 나는 왜 종교를 가지고 믿을을 갖게 되었을까? 성탄절을 맞아 미사를 마치고 걸어오면서 사유했다. 내가 종교인인 지금과, 과거의 종교비판적인 내 모습과 유사한 태도가 하나 있다. 내가 믿음을 가진 것에 대해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다음과 같다.
The body without the spirit is dead. So faith without deeds is dead.
James 2:26 NIV
야고보서 2장 26절은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지극히 종교적 메시지이지만, 믿음을 넓은 범위에 보면 삶의 자세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내가 책을 보고 배운 것을 내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철학적 세계관을 배웠다면 내 삶의 자세나 말과 행동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행동을 교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노력은 했다. 그러다가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나 가치와 상충되는 부분을 다시 학습하거나 깨닫게 되면 수정하고, 다시 행동이나 말도 교정했다. 그렇게 살아보려고 했다. 내 인생이 빠그러지던 순간에는 다 잊고 살았지만.
사실 종교를 가진 것은 지푸라기 잡은 심정으로 택한 길이다. 내가 이성적 사고들이 모래성같이 취약하단 사실을 알게 되서, 종교가 내 마음을 지탱할만한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고 싶었다. 마치 키에르 케고르가 실존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 고독에 이르렀을 때 신의 품을 택하듯 말이다. 나의 실존적 물음에 대한 답은 사실 알베르 카뮈의 시지스프 신화 였지만, 난 신을 택했다. 신과 이성이 무너진 세계관에서 실존주의가 제시한 방향에서 난 신의 품에 기댄 셈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 천국행 티켓 혹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보자 이런 것은 아니다. 물론 천국을 가던 지옥을 가던 선행을 행해야 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것은 종교의 믿음 유무를 떠나 인간과 동물을 나누는 기준점이란 생각은 변함없다. 지금은 종교에 가르침 속에서 비종교인도 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르침이나 메시지를 학습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행동이 나의 믿음을 지탱하고, 단순히 종교에 기대고 싶었던 무너진 자아 너머 다시 홀로 서있는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 믿는다.
내가 가장 경외를 느끼는 계명은 이웃을 사랑하라, 아가페의 가치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타자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경지는 사실 비현실적인 가치관이다. 목표치를 매우 높게 설정된 퀘스트를 일부라도 실현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적 사랑, 누구나 받아보고 싶은 사랑 아닌가. 그것을 내가 받아보고 싶기에,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나같이 이기적인 인간도 이타적인 행동을 해보고 싶게 만드는게 믿음이다.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고, 종교를 믿게 된 이상 한번 실천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하다. 왜 나는 종교를 믿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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