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홍합 통영 항구의 동춘 끝을지나고해명 나루 지나고작은 통통배용화산 뒤편을 휘돌아 가니첫개라는 어촌이 있었다인가가 몇 채나 되는지희미해진 기억푸른 보석 같은 물빛만은지금도 눈에 어린다 친지 집에서는 내가 왔다고큰 가마솥 그득히 홍합을삶아 내어둘러앉아서 까먹었다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던 홍합그때처럼 맛있는 홍합은이후 먹어 본 적이 없다 내 나이 열두 살이나 되었을까?어린 손님은큰집에서 극진한 대접을받았고잠은 작은집에서 잤는데아제씨는 어장에 가고 없었다호리낭창한 미인형의 아지매는병색이 짙어 보였다 한밤중에갑자기 두런거리는 소리가 났다집 안에 불이 밝혀지고발자욱 소리도 들려왔다덩달아 파도 소리도 들려왔다알고 보니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것 날이 밝고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