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the Draftsman

The first draft of anything is shit...but I still have written that shit.

책 그리고 흔적

귀여운 여인 안톤 체호프

p5kk1492 2024. 7. 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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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기 드 모파상 에 이어 3대 단편 작가로 불리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소개한다. 첫 작품으로 귀여운 여인으로 올렌카란 여성의 일생을 다룬 단편이다. 그녀의 일생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구절이 초반에 등장하는다.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했으며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여자였다. 어린 시절 그녀는, 지금은 어두운 방에 앉아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녀는 2년에 한 번쯤 브랸스크에서 다니러 오는 작은어머니를 사랑했고 여학교에 다닐 때는 프랑스어 선생님을 사랑했다."

 

그렇게 그녀는 쿠킨과의 결혼을 통해 그의 연극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고, 그를 사랑했다. 그러던 중에 그가 죽었고, 그녀는 사랑의 대상을 잃었다. 허나 금새 푸스토발로프란 남성과 결혼하였고, 종교적으로 독실한 그에게 맞춰나갔다. 극장따위는 그녀에게 안중에 없어졌음을 보여주는 묘사가 흥미로웠다. 어이없지만, 푸스토볼로프도 죽고만다. 또다시 과부가 된 올렌카, 사랑의 대상이 사라졌다.

 

역시 사랑의 대상없이 살아갈 수 없는 올렌카, 이번엔 전남편이 죽기전 알게된 수의관과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수의관은 아내와의 헤어지고 자식에 대한 양육비를 보내는 입장이라 그녀와 관계를 은밀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감추기 어려웠다. 이과정에서 수의관은 먼 곳으로 발령이 난건지 떠나버렸다. 결국 올렌카가 외톨이가 된다.

 

외롭게 늙어가던 올렌카에게 수의관이 아들과 아내와 함께 돌아온다. 제대후에 등장한 그를 아내와 아들과 함께 받아들인다. 이야기는 그 뒤로도 흥미롭게 진행되고, 올렌카가 사랑의 대상이 마치 수의관 가족 전체로 확장된 느낌이 든다. 물론 수의관과 그 아들 사샤에 해당하는 부분이긴 하다. 갑작스런 전보로 혹시나 했지만, 수의관은 잘 돌아왔고, 올렌카는 지친상태에서 꿈을 꾸며 나름의 결말이 난다.

 

제목 귀여운여인은 올렌카가 쿠킨과 결혼하면가 극장을 연출하는 그와 단짝처럼 다니는 모습을 본 주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녀는 사랑의 대상을 두면 상대와 완전히 동화된다. 쿠킨과는 극장에 대한 열정을, 푸스토볼로프와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수의관에게는 의학적 소견등을 보여준다. 의존적인 그녀의 성향, 누군가와의 관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란 점을 보여준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의존적인 성향, 사랑의 대상 없이는 빈껍데기같은 묘사가 적나라하긴 하지만 밉지는 않다. 올렌카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어느정도 의존적 성향을 드러내곤 한다. 가족에게만 의존성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에게만 자신의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누구나 삶 속에서 의존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올렌카는 솔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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