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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186

알퐁스 도데 단편, 월요일 이야기 <팔 집>

이번에는 보불전쟁과는 다른 낡은 집과 집주인인 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집을 팔아야 하는 노인과, 그 낡은 집이 은유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려면 어렵다. 그냥 있는 그대로 노인이 집에 대한 애착의 정서가 가족들에 의해 무시당하는 과정, 그리고 결국 오래된 그의 집이 팔리면서 노인도 마치 삶이 마감이 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그토록 흡족한 표정으로 조용히 그곳을 거닐던 가엾은 노인을 생각했다. 그리고 밀짚모자를 쓴 채 늙은 정원사처럼 구부정한 모습으로 파리의 가게 뒤를 헤매고 있을 소심한 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소심한 그가 권태에 지쳐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헤매고 있는 동안 그의 며느리는 새로운 계산대 뒤에서 집을 팔아 마련한 돈을 의기양양하게 짤랑거리고 있으리라..

박경리, 4부 까치설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은난건달처럼 햇빛이 오락가락눈도 어정쩡하게 왔다가는 간다춥지 않은 겨울 오락가락은 망설임이며혼란인가어정쩡함은 불안이며 권태인가구석구석 먼지가 쌓이듯어디선가 양파 썩는 냄새가 나듯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은빈집처럼 씁쓸하다잠든 번데기의 꿈도 나른할 것 같고어디선가 소리 없이뭔가가 무너지고 있는 것같다 북극의 빙하와 설원을 생각해 본다북극곰의 겨울잠을 생각해 본다그 가열한 꿈속에는존재의 인식이 있을 것같다넘치고 썩어 나는 뜨뜻미지근한 열기 속에는예감도 구원에의 희망도없다봄도 없다 자본주의의 출구 없는 철옹성온난화 현상이 일렁이며다가온다문명의 참상이 악몽같이소용돌이친다춥지 않은 회촌 골짜기의올해 겨울 감상요..

110 친절한 기억,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귀한 사람은 친절한 기억을 사들이는 것이 좋다. 즉 한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점을 인정하고, 나머지는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에게도 똑같이 취급할 수 있다. 자신이 친절한 기억을 갖는가 갖지 않는다는 결국 자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신의 기호와 의도를 고귀하고 관대하게 보는지 혹은 불신하는지 결정하며, 마지막으로 다시 기호와 의도 자체의 종류를 결정한다. 생각어려운 아포리즘이다. 결국 상대방의 좋은점을 인정하고 나머지를 지우는 것이 친절한 기억을 사들인다고 니체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상대방에 좋은점만 남기고, 나머지를 지움으로써 오히려 관계의 우위를 내가 점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게 맞는 이해인지 모르겠다. 해석자기 자신에..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가 고윤 저, 에필로그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고나서, 그동한 이 책을 쪼개어 글로 남긴 나를 돌아봤다. 나는 최근에 저명한 인물들의 철학적 아포리즘들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했다. 글쓰기라기 보다 아포리즘에 대한 감상을 남기고 있다. 니체가 그러하고, 이번 책 처럼 다양한 인물들을 정리해놓은 책을 접한 경우도 목적이 위와 같다. 저자는 타자의 기준이나 의도, 시선등에 의해 자신의 삶이 재단되고 수동적으로 끌려간 세월에 대해 예상하고 탈출 플랜을 세웠다. 그 방법이 페이서스 코리아라는 단체인지 회사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종의 무브먼트를 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조직화된 행동을 하기엔 무리고,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내가 서울에서 절망적인 사건을 겪고 호주로 도망쳤을 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지만 숨..

109 따뜻한 덕과 차가운 덕, 하루 한장 니체 아포리즘

-160 아침놀사람들은 냉정한 대담성인 거침없는 태도의 용기와 열렬하면서도 반쯤은 맹목적인 용기, 둘 다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차가운 덕은 따스한 덕과 얼마나 다른지! '선함'이 따스함에 의해서만 생긴다고 생각하는 자는 바보일 것이다. 그것을 차가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바보일 것이다. 생각냉철한 이성에서 나오는 판단력과 열정인 투사적인 태도로 나타나는 추진력을 구분하지 않고 둘다 용기 혹은 덕목으로 치부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아포리즘으로 보인다. 우리는 누군가 용기를 내면 '선함'의 영역으로 놓는다. 사실 자기한테 이득이 되는 타자의 용기에 대해 딱히 구분하지 않는 태도를 니체는 비판하고 있다. 해석차가운 덕은 이성과 분석에 기반을 둔 용기다. 위기 상황에서 냉정..

알퐁스 도데, 월요일 이야기 <프랑스의 요정들 - 환상적인 이야기>

요정이라 주장하는 노파 멜리쥔느, 재판정에서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가 이번 단편의 중심이다. 요정을 믿지 않아 프로이센군의 군홧발에 짓밟힌 프랑스인들에 대해 탄식하는 요정의 이야기가 오묘하다. 허나 판사는 그녀가 파리에서 방화행위를 한 점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결국 요정이 사라진 세상, 파리에 대해 불지르기로 한 결심을 말하며 방화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사이코드라마스러운 대사를 부르짓는다. 여자 방화범들의 석유통을 태운 것도 바로 나고 불 지르기 좋은 곳으로 데려간 것도 바로 나예요! '자, 나의 딸들아! 모든 것을 불태워라! 불태워라! 불태워라!....!'" 그녀의 우화같은 혹은 정신병적인 서사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뭔가 측은한 모습으로 마무리도 인상적이고, 프로이센군과 프랑스사이의 전..

박경리, 4부 옛날의 그 집 <까치설>

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떄문에 울고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까치설 섣달그믐날, 어제도 그러했지만오늘 정월 초하루 아침에도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흔적이 없다푸짐한 설음식 냄새 따라아랫마을로 출타 중인가 차례를 지내다가 고사를 하고 나면터줏대감인지 거릿귀신인지여하튼 그들을 대접하기 위해음식을 골고루 채판에 담아서마당이나 담장 위에 내놓던풍습을 보며 나는 자랐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음식 내놓을 마당도 없는 아파트 천지문이란 문은 굳게 닫아 놨고어디서 뭘 얻어먹겠다고까치설이 아직 있기나 한가 산야와 논두렁 밭두렁 거리마다빈 병 쇠붙이 하나 종이 한 조각찾아볼 수 없었고어쩌다가 곡식 한 알갱이 떨어져 있으면그것은 새들의 차지사람에게나 짐승..

구호단체들도 출입이 금지된 감옥, 가자지구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648882 “이 구호품이 우리 아이를 죽였다” 가자 난민의 눈물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지구에 투하된 구호물자에 맞아 3세 남자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난민들을 돕고자 투하했던 구호물자가 오히려 민간인 소년을www.kmib.co.kr 내가 길을 걷다 한 유니세프 후원을 독려하는 활동가 친구들을 마주한 적이 있다. 현재 후원중이라고 말했으나, 스근하게 후원금을 증액하게 만들었던 친구들인데, 뭐 그건 좋은 일이라 상관없었다. 한 가지 질문을 했던게 가자지구에 어떻게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활동가 입장에서는 후원예정자가 질문한 의도가 의심에 방점을 두었고, 답변도 이에 맞게 투명성을 기반으로 말했다. 나는 ..

일상 끄적이기 2024.10.25

2024-10-25 오늘의 구절

Verse of the dayFor you created my inmost being; you knit me together in my mother's womb. I praise you because I am fearfully and wonderfully made; your works are wonderful, I know that full well.Psalms 139:13-14 NIV My ConcernsFor our light and momentary troubles are achieving for us an eternal glory that far outweighs them all.2 Corinthians 4:17 NIV 현재의 삶에서 겪는 고난과 시련은 우리의 삶의 뒷편에서 맞이할 밝은 미래 혹은..

일상 끄적이기 2024.10.25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가 고윤 저 <노자, 도덕경>

노자, 도덕경 "세상 사람들의 일을 보아하니, 항상 거의 다 이루어질 듯하다가 실패한다. 끝 즈음에도 처음 시작할 때처럼 하면 실패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노자 꾸준함은 곧 근육이다. 끝맺는 능력도 근육이다. 시작하는 능력도 근육이다. 우리가 비교적 힘들다고 느끼는 이유는 마치 뒤로 걸을 때의 어색함처럼 첫 도전, 첫 시도에서 오는 근육통일 뿐, 그 모든 것은 유쾌한 원동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아마 그 과정에서 시작의 횟수보다 끝맺음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끝맺음의 기술 앞에서 요령이나 지름길은 없으며 오직 끝까지 걸어가야하는 것만이 답이다. 꾸준함도 재능이란 말이 참 와닿는다. 나도 꾸준히 하려는 몇가지 취미가 있다. 운동, 글, 유튜브, 독서 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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